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 당시의 글 (2018. 11. 15)

아들,
어제 스탠 리 할아버지 얘기 잠깐 했었지.
오늘은 김 용 작가님 작품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자.

무협 거장, 김용 소설 속 무공 최강자는 누구?

이분이 재미있게도, 소설 속 영웅들의 무예를 비교했구나.
너도 여기 나오는 영웅들을 모두 책으로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이어야 돼. 영화 말고.

어릴 적, 아빠는 책을 무지 좋아했고,
책이 손에 잡히는 대로 무조건 다 읽었던 것 같다.
이분이 집필한 작품도 물론 몽땅 다 읽었단다.
지금은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영웅문을 제일 재밌게 읽었다는 기억이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너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아빠가 그때는 많이 늙었을 거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도 있고.
아빠가 어릴 적 자주 듣던 말인데,
요즘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많이 보니,
잘 안 쓰는 말이 돼버렸구나.

네가 만약 엄마보다 아빠를 좀 더 닮았으면,
책을 좋아할 거라 혼자 기대해본다.


💭 지금의 생각 (2025. 10. 12)

그때는 그저 아들에게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던 글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요새 아빠는 육아 관련 책들을 잔뜩 사놓고, 한권도 다 잃은 책이 없더구나. .

요즘 나는 책보다 유투브 나 영화, 티비나 모니터 화면을 더 많이 보는구나.

그러다 문득, 이 글을 다시 읽으니 마음이 뜨끔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을 그땐 자연스럽게 적었는데,
이제는 그 문장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이든이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띄엄띄엄 영어를 읽고 있는데,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내게 모르는 단어를 가르쳐주기도 하겠네 ㅎㅎㅎ.

언젠가 우리 아들들이 정말로 김 용의 영웅들에 대한 책들을 읽고, 함께 얘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들’을 상상했지만,
지금의 나는 ‘다시 책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오늘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 한 권을 꺼내든다.
다시, 천천히 활자를 읽는 그 감각을 되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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