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말이지
📜 당시의 글 (2018. 11. 17)
네가 태어난 지 이제 7주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나 50일이 되었구나.
반 백일 되었다는 표현을 썼더니, 너의 외할머니가 웃으시더구나.
정말 하루하루 커가는 너의 모습을 보면 아침마다 뿌듯하단다.
오늘 엄마는 네가 분유를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는구나.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거야.
옛날 동양에서는 모든 병의 근원이 태과불급(太過不及)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단다.
뭐든지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과하면 사람이 병이 생긴다는 뜻이지.
분유를 너무 적게 먹거나, 너무 많이 먹거나,
이래저래 네가 혹시라도 탈이 날까 봐 엄마가 옆에서 우쭈쭈 하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너를 마마보이로 키울까 봐 아빠가 살짝 걱정이 되는구나.
아빠는 네가 남자답게 씩씩하게, 겁도 없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강자 앞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약자 앞에서는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멋진 남자가 되길 바란다.
요즘 사회는 강자 앞에선 꼬리를 말고 한없이 순해지며,
약자 앞에선 이빨을 드러내고 괴롭히는,
이런 어이없는 사람들이 많단다.
남자는 항상 자기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자기 한 몸을 제대로 지킬 줄 알아야 하고,
나아가서는 너보다 약한 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너보다 약한 사람은 있어도,
너보다 밑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꼭 명심하길 바란다.
💭 지금의 생각 (2025. 10. 12)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참 진심이 담겨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웃음이 난다.
그때의 나는 ‘남자다움’이라는 단어를 너무 진지하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이든이는 이제 만 일곱 살이 되었다.
뭔가 억울하고 답답하면, 금방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예쁘다.
그때의 나는 울지 않는 강한 아이를 바랐지만,
지금의 나는 마음을 솔직히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더 단단하다는 걸 안다.
‘남자답게’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답게’ 자라는 일이다.
세상 앞에서 기죽지 않되,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다치게 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용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힘보다 배려가,
침묵보다 대화가,
이기는 것보다 이해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그게 진짜 ‘강함’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느낀다.
이든아, 아빠는 여전히 네가 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 강함은 누군가를 이기는 힘이 아니라,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힘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진짜 멋진 남자라고,
이제의 아빠는 그렇게 믿는다.
오늘 이든이 열나고, 목에 가래가 잔뜩 끼어서, 학교도 못가고 아빠랑 병원갔다 왔지, 금요일 부터 시작된 미열이, 결국 월요일 오늘은 목이 꽉 막혀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증상이 악화되서는 병원에 가서 처방전 받아 왔고.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는데, 벤자민 응급실 후에 너희들이 열만 나면 아빠는 아주 신경이 곤두 선단다.
금방 회복해서 다시 웃고, 떠들고, 뛰어 다닐거라고 굳게 믿지만, 지금 아빠는 자꾸 한숨이 나오네 우리 아들 아프니까.
내일 모레쯤 괜찮아 지겠지, 그때까진 계속 그럴거 같아, 얼른 회복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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