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에게 — 극기(克己)

📜 당시의 글 (2018. 11. 13)

너를 스스로 이겨 낸다는 말인데,
정말 힘든 일이란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말이지, 어느 순간 너도 원치 않는 경쟁을 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려 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또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다 보면,
네가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올 거야.
너보다 좀 더 노력한 그 누군가에게는 질 수밖에 없을 거야.
하지만, 매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그러니, 만약 지더라도, 괜찮으니, 상관하지 말거라.

하지만, 이든아.
게으른 너에게,
귀찮은 너에게,
피곤한 너에게 만약 져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자 한다면,

이건, 절대로 지면 안 되는 거야.
꼭 이겨내야만 하는 거야.
알겠지?
너의 마음이니,
그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 또한 너뿐이야.
이겨 낼 수 있다.
하면 되거든.

항상, 너를 이겨내고,
오늘 할 일은 오늘 다 마무리 짓는 걸로.


💭 지금의 생각 (2025. 10. 12)

이 글을 다시 읽으니,
그때는 내가 이런생각을 했지 하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절엔 그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은 거였는데,
지금 읽어보면 그 말들이 하나같이 나 자신에게 향해 있다.
“이건 절대로 지면 안 되는 거야.”
그 문장을 보는데,
요즘의 내가 바로 그 ‘게으른 나’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내가 나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루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그때 이렇게 또렷하게 적어 두었구나 싶으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고, 또 한편으로는 정신이 번쩍 든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이런 말을 써냈을까.”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일깨워주는 느낌이다.
아마 그때의 나는 몰랐을 거다.
이 글이 훗날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줄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누군가와의 경쟁보다 더 어려운 건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오늘은 그 싸움에서 지지 않기를.
그리고 내일도 다시, 조용히 나를 이겨내길.

(이든아, 어제부터 열이 좀 나더니, 오늘은 결국 끙끙 앓고 있어, 속이 너무 상하는구나, 학교는 내일 못갈거 같으니, 아빠랑 병원가자, 부디 얼른 이겨 내길 바란다)

아프지 말아라, 다치지 말아라 소리는 아빠가 할머니 한테 정말 많이 들었던 소리 같아, 이제는 왜 그러신지 너무 잘 알거 같단다, 마음이 아프거든 정말 많이, 너도 나중에 알게 될거야. 사랑해

이 편지는 KDad.us의 타임캡슐에도 함께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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