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1 (44일째)

〈그날의 기록 — 2018.11.11〉

네가 태어난지 44일째다, 그 사이 많이 큰게 눈에 확 보인다.
오늘은 니가 기분이 좋았던지, 낮에 누워서 잘 노니, 하루종일 집안이 얼마나 평화로왔는지 모르겠다.

니가 태어나기 며칠 전, 괜히 들뜨는 마음을 좀 가라 앉히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처음엔 그저, 너에 대한 기록이나 남기려고 했으나, 어느덧 나는 너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있구나.

오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프로그램, 100일 미션 위젯을 시작했단다.
어제 하루 빼먹고, 그냥 잔게 계속 맘에 걸렸었는데,
이런 위젯이 있다는걸 알고, 시작하는구나.
우선, 처음 100일을 도전해보려 한다.

나중에 니가 철이 들어, 아니면 철이 덜 들어, 혹시라도, 아빠와 갈등을 겪게 된다면,
그때쯤, 이 블로그를 보여 줄 생각을 해본다.

아빠가, 그 전에는 모르겠지만,

니가 태어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아빠는 다짐을 했단다.

너 앞에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로,
앞으로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하려 한다.

너에게 듣기싫은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내 힘이 다할때 까지, 직접 보여주고 싶구나.

근데, 너 하는거 보면, 언제까지 이런 마음이 유지가 될지 의문이 생기긴 하는구나.

너, 성질 너무 펴
벌써 짜증나는 아빠가.


〈7년 후의 회상 — 2025.10.08〉

그날의 글을 다시 읽으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네가 태어난 지 44일째라 적혀 있는데, 이제는 일곱 살 1학년이 되었구나.

그때의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말을 쉽게 썼지만, 돌이켜보면 그 다짐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배웠다. 그래도 하루하루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아빠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다.

그때의 ‘오늘부터 1일’은 단순히 블로그 도전의 첫날이 아니라, 아빠로서의 인생이 다시 시작된 첫날이었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다.

오늘도 그날처럼,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오늘부터 또 1일.
너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로서의 1일째다.


태그: 오늘부터1일, 아빠의편지, 타임캡슐, 에이든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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