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

📜 당시의 글 (2018. 11. 20)

오늘은 생각해보니, 네가 한 번도 집이 떠나가도록 울지를 않았구나. ㅎㅎ
모르고 그냥 넘어갈 뻔했다. 자축해야겠다.

외할머니께서, 너하고 같이 보낼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너하고 계속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시는구나.
덕분에 아빠는 한~~~가 하다.

오늘은, 네가 조용히 잘 자니까, 아빠가 딴짓하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구나.
그래도, 너 수영하는 모습은 비디오로 찍어 놨고,
갈수록 느는 너의 발길질이 너무 귀엽다.
어서 빨리 수영장에 같이 가서 놀고 싶구나.
아빠도 어려서부터 물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너도 물에만 들어가면 얌전해지니 아빠는 마냥 좋단다.

오늘은 너에게 한 가지 말만 해줄게.
시간 약속은 꼭 지켜야 된단다.

전에, 남자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져야 한다 그랬지?
같은 소린데, 약속 중에서도 시간 약속은 철저히 지켜야 되는 거야.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들하고는 친하게 지낼 필요 없다.
어떤 어르신은 절대 동업도 하지 말라더구나.

그러니, 너는 꼭 일찍 가서 기다리는 버릇을 기르도록 해라.
아빠도, 중요한 약속은 꼭 10분 일찍 가서 기다린단다.
명심해라.


💭 지금의 생각 (2025. 10. 12)

그때는 단순히 ‘약속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 글을 다시 읽으며,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걸 실감한다.

이든이와 벤은 지금 학교를 다니며 약속의 개념을 배워가고 있다.
아직 시계를 볼 줄은 모르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떤 날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매일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때로는 불평도 하고, 때로는 미루기도 하면서도
조금씩 ‘시간’이라는 세계를 배워가고 있다.

너희는 아직 수영 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도,
물속에서 곧잘 논다. 물을 무서워 하지 않고
스스로 물 위에 뜨는 모습을 보면
‘그때 그렇게 작던 아이가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정말 그만큼 흘렀다.

그 시절엔 ‘시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지금은 그냥,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는 게 좋다.
그게 지금의 아빠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이 편지는 KDad.us의 타임캡슐에 보관되었습니다.

Similar Posts

  • 과거의 기록 — 아빠가 된다는 것

    📜 당시의 글 (2018. 8. 15)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뭘 의미하는지를. Aiden이라는 이름은 곧 태어나게 될 제 아들 이름입니다. 아들이 태어나면사진이랑 동영상을 많이 찍어서 남겼으면 해서요. 누군가는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던데,빨리 보고 싶을 때도 있더라고요. 말이나 글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묘한 그런 기분입니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 지금의 생각 (2025….

  • 이든에게 — 극기(克己)

    📜 당시의 글 (2018. 11. 13) 너를 스스로 이겨 낸다는 말인데, 정말 힘든 일이란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말이지, 어느 순간 너도 원치 않는 경쟁을 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려 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또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다 보면, 네가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 당시의 글 (2018. 11. 15) 아들, 어제 스탠 리 할아버지 얘기 잠깐 했었지. 오늘은 김 용 작가님 작품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자. 무협 거장, 김용 소설 속 무공 최강자는 누구? 이분이 재미있게도, 소설 속 영웅들의 무예를 비교했구나. 너도 여기 나오는 영웅들을 모두 책으로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이어야 돼. 영화 말고. 어릴 적, 아빠는…

  • 7×7 = 49일

    📜 당시의 글 (2018. 11. 16) 7주가 되니 집안이 고요하구나. 정말 하루가 다르게 부쩍 커서 그런지, 이제는 잘 울지도 않고. 기특하다. 친할머니가 생존해 계셨다면, 되게 예뻐해 주셨을 텐데, 정말 아쉽구나. 대신, 너는 지금 외할머니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단다. 네가 나중에 기억은 못 하겠지만, 지금의 너는 그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거야. 너를 위하는 엄마,…

  • 2018.11.11 (44일째)

    〈그날의 기록 — 2018.11.11〉 네가 태어난지 44일째다, 그 사이 많이 큰게 눈에 확 보인다. 오늘은 니가 기분이 좋았던지, 낮에 누워서 잘 노니, 하루종일 집안이 얼마나 평화로왔는지 모르겠다. 니가 태어나기 며칠 전, 괜히 들뜨는 마음을 좀 가라 앉히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처음엔 그저, 너에 대한 기록이나 남기려고 했으나, 어느덧 나는 너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있구나. 오늘 네이버…

  • 〈그날의 기록 — 2018.11.13〉 아름답게 보는눈

    〈그날의 기록 — 2018.11.13〉 아이 쒸이~~~ 네이버 시스템 점검으로 100일 도전 둘째날 부터 엑쓰표, 그래도, 그냥 간다, 천재지변 이라 생각하고. 오늘이 45에서 46일로 넘어가는 날인데, 이제는 제법 커서 그런지, 별로 안우네 ㅎㅎㅎ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다행이다, 너를 불편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좀 나아진듯싶어서, 오늘은 아침을 먹으며, 아빠하고 엄마는 네가 나중에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