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록

10-16-2025

오늘 이든이랑 벤이랑 샤워하기 전 잠깐 로블록스를 놀다가 생긴 일이다.
벤이 알고 장난으로 그런 건지, 모르고 실수로 그런 건지 퍼블릭 서버로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이든이가 힘들게 모아둔 브레인롯 몇 개를 도둑맞았다.

갑자기 엉엉 울며 벤을 다그치는 이든이를 보는 순간,
게임 때문에 울면서 싸우는 게, 게임을 놀게 둔 나의 잘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울지 마, 별것도 아닌 게임 가지고 왜 동생한테 화를 내!”
하며 오히려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버렸다. 그까짓 브레인롯이 뭐가 그리 소중하냐고.

지금 생각해보니, 이든이가 운다고 내가 화를 낸 건,
결국 내 감정의 표현이었다.
운다고, 나는 그 울음을 멈추게 하려다가,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더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아빠로서, 그 순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게 부끄럽다.
애들은 애들이라 우는 건데, 남자애가 별것 아닌 일로 운다고 화를 냈다.
이든이는 나름대로 힘들게 모은 걸 잃어버려서 속상했을 텐데,
왜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달래주지 못했을까.

울지 말라고 화내며 소리를 질렀던 내가 한심하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얼마나 오랫동안 애들에게 소리치지 않는 아빠가 될수 있을까.
오늘부터 그 기록을 시작한다.


11/22 벤이랑  It takes two 노는데, 도와달라는 다급한 부탁을 무시하는 이든에게 소리 한번 지금, 다시 시작

이 편지는 KDad.us의 타임캡슐에 보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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