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와 AI, 저희 집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지난 학기 어느 날 저녁, 첫째가 숙제를 하다 말고 “아빠, 블랙홀은 왜 빛도 못 빠져나와?”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정확히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얼버무리려던 찰나, 문득 “이걸 AI한테 한번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노트북을 켜고 아이 옆에 앉아서 같이 질문을 입력해 본 게, 저희 집이 AI를 학습 도구로 쓰기 시작한 첫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몇 달 동안 두 아들과 이런저런 AI 도구를 써보면서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어떤 건 생각보다 유용했고, 어떤 건 아이 손에 그냥 쥐여줄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알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 집에서 실제로 써보고 판단한 AI 학습 도구들과 사용법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아이 계정을 만들어줘야 하나?” — 첫 번째 착각

처음에는 저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이 이메일로 계정 하나 만들어주면 되겠지.” 그런데 막상 ChatGPT와 Claude 이용약관을 찾아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ChatGPT는 만 13세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고, 13~17세는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Claude는 이보다 더 엄격해서, 보호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자는 아예 계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들 기준으로는 둘 다 “아이 명의 계정”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 계정으로 로그인해 놓고, 아이가 옆에서 궁금한 걸 말하면 제가 대신 타이핑해 주는 방식으로 씁니다. 처음에는 “이러면 아이가 직접 배우는 게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입력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가 “어떻게 물어봐야 원하는 답이 나오는지”를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블랙홀 질문도 “10살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라고 제가 덧붙여서 물었더니, 첫째가 “아, 이렇게 물어보면 되는구나” 하고 스스로 다음 질문을 다듬는 모습을 봤습니다.

  • 저희 집 활용법: 영어 문법 교정, 영어 동화책을 읽은 후 함께 나누는 독서 토론, 이야기 만들기 아이디어 발상
  • 직접 겪어보고 깨달은 것: 아이 계정이 아니라 부모 계정으로, 그리고 항상 옆에서 함께 — 이게 원칙이자 실제로도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2.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둘째와 Canva Magic Studio

둘째는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직접 쓴 짧은 동화의 주인공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을 때 Canva의 AI 이미지 기능(Magic Studio)을 써봤습니다. 이것도 확인해 보니 개인 계정 기준 만 13세 이상부터 이용 가능하고, 13세 미만은 학교에서 교사가 관리하는 ‘Canva for Education’을 통해서만 AI 기능에 접근할 수 있더군요. 가정에서는 저희 부부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아이가 원하는 장면을 말로 설명하면 제가 옆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해 주는 식으로 썼습니다.

둘째가 “우주복 입은 강아지가 별을 보고 있는 장면”이라고 말한 걸 그대로 입력했더니 꽤 그럴듯한 이미지가 나왔고, 아이는 그걸 보고 “아니야, 강아지가 더 놀란 표정이었으면 좋겠어”라며 표현을 계속 다듬었습니다. 머릿속 장면을 말로 옮기고, 그 말이 다시 그림으로 바뀌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휘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 저희 집 활용법: 학교 과제 발표자료 꾸미기, 아이가 쓴 이야기 속 캐릭터를 그림으로 만들어 보기
  • 직접 겪어보고 깨달은 것: 표현력은 도구가 아니라 “말로 설명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늘더라고요

3.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첫째, 그리고 다음에 써보려는 Khanmigo

첫째는 숫자를 정말 좋아합니다. 차 타고 가다가 지나가는 번호판 숫자를 더하거나 곱해보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굳이 몇 칸인지 세는 아이라서, 이 아이한테는 정답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더 주는 도구가 맞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게 Khan Academy의 AI 튜터 Khanmigo입니다. 다만 이건 아직 저희 집에서 직접 써본 건 아니고, 다음에 시도해 보려고 알아본 단계라는 점은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조사해 보니 개인 이용 기준 월 4달러, 연간 결제 시 44달러 정도이고, 부모 계정 하나로 자녀를 최대 10명까지 추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Khan Academy 기본 학습 플랫폼 자체는 원래부터 무료입니다.)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단계별 힌트를 던져주는 방식이라는데, 숫자 자체를 즐기는 첫째라면 오히려 이런 도구가 더 잘 맞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써본 뒤에는 따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 써보려는 이유: 이미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방식이 잘 맞을 것 같아서
  • 아직 확인 못 한 것: 실제 사용 후기는 다음 글에서

4. 몇 달 써보고 저희 부부가 정한 집안 규칙

몇 달 동안 이렇게저렇게 써보면서, 저희 부부도 나름의 원칙을 세우게 됐습니다.

첫째,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않습니다. 본명, 학교 이름, 집 주소, 전화번호 같은 건 아이든 저든 입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입력한 정보가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어딘가로 새어 나갈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싶었습니다.

둘째, AI 답도 한 번은 의심해 보라고 가르칩니다. 언젠가 AI가 존재하지 않는 책 제목을 그럴듯하게 지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아이들에게 “AI가 하는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야, 중요한 건 책이나 다른 데서 한 번 더 확인하자”고 말해줍니다. 이 글을 쓸 때도 각 서비스의 연령 정책을 다시 검색해서 확인했는데, 실제로 제가 처음 알던 정보와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AI 관련 정책은 자주 바뀌니, 부모님도 사용 전에 공식 약관을 한 번씩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셋째, 숙제를 통째로 맡기지 않습니다. AI가 써준 문장을 그대로 베껴 내는 건 저희 집에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용도로만 쓰고, 마지막 문장은 늘 아이 자신의 말로 다시 쓰게 합니다.

넷째, 서비스별 연령 제한을 지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 도구 모두 개인 계정 기준 최소 연령이 있고, Claude는 미성년자 이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우리 애는 똑똑하니까”라는 이유로 아이 명의 계정을 만들어주기보다, 부모 계정으로 함께 쓰는 걸 원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5. 저희 집이 실제로 쓰는 질문법

아이 옆에서 같이 질문을 입력할 때, 이렇게 물어보니 반응이 훨씬 좋았습니다.

  • 어휘력 향상 > “나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야. ‘관조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10살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예시와 함께 설명해 줘.”
  • 창의적 글쓰기 > “우주로 여행을 떠난 강아지 캐릭터에 대한 짧은 이야기의 첫 세 문장을 써 줘. 그 뒤 이야기는 내가 이어서 써볼게.”
  • 영어 학습 > “내가 쓴 영어 문장에 문법 오류가 있다면 수정해 주고, 왜 틀렸는지 친절하게 한국어로 설명해 줘.”

이 질문들을 아이 옆에서 소리 내어 읽고 함께 입력해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감을 잡습니다.


마치며

몇 달 동안 두 아이와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느낀 건, AI 자체보다 “부모가 옆에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도구는 계속 바뀌고 정책도 계속 업데이트되겠지만, 아이 곁에 앉아서 함께 질문하고 함께 확인하는 시간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시작 전이신 부모님이라면, 오늘 저녁 아이가 궁금해하는 질문 하나를 골라 같이 입력해 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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