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못 하게 하는 대신, 저는 같이 졌어요 (1편 – 실패를 가르쳤다)

혹시 아이 게임 문제로 씨름해보신 분 계신가요?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저녁 먹고 나면 어김없이 “게임 조금만 더 하면 안 돼요?” 소리가 나오고, 저는 저대로 “아까 30분 했잖아” 하면서 실랑이를 벌였죠. 그러다 보면 결국 목소리 커지고, 아이는 뾰로통해지고, 저도 괜히 피곤해지는 저녁이 반복되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다른 부모님들처럼 시간으로 막아보려 했어요. “하루 30분까지만”, “숙제 먼저 끝내고” 이런 규칙을 세워놓고 지키게 하려고 애썼죠. 근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규칙을 지키게 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게임을 하면서 아이가 뭘 배우고 있는지는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더라고요. 시간만 관리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생각을 좀 바꿔봤어요. 게임을 아예 막기보다, 옆에 앉아서 같이 놀면서 뭔가 가르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요. 그런데 막상 같이 앉아보니, 오래 걸릴 것도 없이 바로 가르칠 수 있는 게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실패해도 괜찮다, 화내지 말고 다시 하면 된다는 것. Don’t get mad, just try again.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저희 집 저녁 풍경을 꽤 많이 바꿔놨어요.

PS5 아스트로 봇, 같이 죽고 같이 웃었어요

아스트로 봇, 아이랑 하기 진짜 좋더라고요. 점프 타이밍 놓쳐서 떨어지고, 적한테 맞아서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가는 일이 수시로 생기는데, 게임 자체가 그걸 별거 아닌 걸로 만들어줘요. 캐릭터가 우스꽝스럽게 나가떨어지면서 “펑” 하고 사라졌다가, 몇 초면 바로 다시 그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거든요. 죽음의 무게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게임이에요.

처음엔 아이가 실패할 때마다 짜증을 내더라고요. 특히 좁은 발판을 연속으로 건너야 하는 구간에서 세 번, 네 번 연달아 떨어지니까 컨트롤러를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으려고 했어요. “나 이거 안 해!” 하면서요. 그때 제가 한 건 대단한 훈계가 아니었어요. 그냥 옆에서 저도 똑같이 떨어지면서 “어, 나도 죽었네. 이거 은근 어렵다” 하고 웃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뿐이에요.

신기하게도 몇 판 반복하다 보니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아이가 “아빠도 못하네” 하면서 같이 웃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자기가 떨어질 때도 “아 또 죽었다” 하고 씩씩거리는 대신 피식 웃으면서 컨트롤러를 다시 잡더라고요. 실패가 창피한 일이 아니라 그냥 게임의 한 부분이라는 걸, 제가 말로 설명한 게 아니라 같이 겪으면서 아이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아요. 결국 그 좁은 발판 구간도 한 열 번쯤 시도 끝에 둘이 하이파이브 하면서 통과했는데, 그 순간 아이 표정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마리오 월드, 실수해도 다음 스테이지가 있더라고요

마리오도 비슷해요. 저희 집은 닌텐도 스위치 1으로 시작해서, 요즘은 가끔 스위치 2로도 놀아요. 사실 요즘 아이들은 로블록스를 더 좋아해서 마리오는 예전만큼 자주 꺼내진 않는데, 그래도 가끔 생각나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도 하고,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으로 예전에 같이 했던 슈퍼 마리오 월드도 꺼내서 해요. 구멍에 빠지고, 적한테 밟히고, 스테이지를 몇 번씩 다시 도는 게 당연한 게임이잖아요. 저는 일부러 아이 앞에서 어려운 구간을 몇 번씩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 또 떨어졌네, 이번엔 타이밍을 다르게 해볼까” 하면서 다시 시도하는 걸 계속 반복했죠.

한번은 어떤 스테이지의 보스전에서 제가 여섯 번을 연달아 졌어요. 아이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아빠 진짜 못한다” 하고 놀리길래, 저도 “그러게, 근데 일곱 번째는 다를 수도 있잖아” 하면서 다시 도전했거든요. 결국 일곱 번째에 성공했는데, 그 다음부터 아이가 자기 차례에서 실패해도 예전처럼 컨트롤러를 던지지 않더라고요. “일곱 번째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하면서 혼잣말하듯 다시 시도하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신기한 게, 아이는 저를 보면서 실패에 대한 반응을 배우더라고요. 제가 짜증을 내면 아이도 짜증을 내고, 제가 웃으면서 다시 하면 아이도 그렇게 하고요. 게임은 이 과정을 아주 짧은 주기로, 하루 저녁에도 수십 번씩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는 정말 좋은 도구였어요. 학교에서 시험 하나 망치는 경험은 몇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지만, 게임에서는 5분마다 “실패-재시도”를 겪을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연습할 기회가 많았던 셈이죠.

게임 밖에서도 달라진 것들

그러다 보니 꼭 게임 안에서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른 일로 실패했을 때도 저는 똑같이 말해줬어요. 화내지 말고, 다시 하면 돼. Don’t get mad, just try again.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그 말이, 어느새 저희 집에서 실패했을 때 하는 말이 됐어요.

물론 이 말 한마디로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고 하면 과장이겠죠. 근데 적어도 저는, 아이가 실패 앞에서 짜증 대신 웃음을 먼저 보이는 모습을 게임에서 제일 먼저 봤어요. 그리고 그걸 가르친 건 제 잔소리가 아니라, 옆에서 같이 지고 같이 웃었던 그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가르치고 싶었던 건 이거였어요

“게임 하지 마”라는 말은 아이한테 게임 자체를 금기로 만들 뿐, 정작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가르쳐주지 못하더라고요. 오히려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제가 먼저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가 있었어요. 아이는 “실패해도 괜찮다, 화내지 말고 다시 하면 된다”는 걸 설교가 아니라 경험으로 배운 거죠.

물론 모든 게임이 이런 용도로 맞는 건 아니더라고요. 승패가 극단적이거나 실패의 대가가 큰 게임보다는, 아스트로 봇이나 마리오처럼 죽어도 금방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포머 장르가 이런 메시지 가르치기엔 훨씬 잘 맞았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이랑 게임 고를 때, 재미뿐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다루게 하는 게임인지도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요.

이번 편은 게임을 통해 실패를 가르친 이야기였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같은 게임들로 아이들에게 협동을 가르쳤던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형제끼리 한 화면 보면서 서로 밀어주고 도와주는 법을 배운 과정인데, 이것도 은근히 할 얘기가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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