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에게 한글 가르치기: 두 아들과 직접 해보며 배운 것들

미국에서 아이에게 한글 가르치기: 두 아들과 직접 해보며 배운 것들

미국에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제가 꾸준히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한글 교육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영어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학교에서도 영어를 사용하고, 친구들과 놀 때도 영어를 사용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보는 책과 영상도 자연스럽게 영어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영어가 편해지는데, 한글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 한글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매일 보고, 듣고,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달랐습니다.

한글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부모가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두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생각대로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처럼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처음 한글을 가르칠 때는 저도 익숙한 방법부터 시작했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알려주고, 글자를 읽게 하고, 쓰는 연습도 시켜봤습니다.

‘ㄱ, ㄴ, ㄷ부터 알아야 한글을 읽을 수 있지.’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따라오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글 공부를 재미있는 활동보다는 해야 하는 공부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니까 지금 한글을 가르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어려워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열심히 가르치려고 할수록 아이들이 한글을 더 부담스럽게 느낀다면 이 방법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목표를 조금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을 빨리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한글을 싫어하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한글 책 함께 읽기였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시도한 방법 중 하나는 한글 책을 함께 읽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혼자 읽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함께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모든 글자를 정확하게 읽으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이야기를 함께 보는 데 더 집중했습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나오면 한번 읽어보게 하고,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제가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 한 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었는지가 아니었습니다.

한글이 ‘공부할 때만 보는 글자’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글자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글 책을 함께 읽으면서 저도 조금씩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속도와 제가 기대하는 속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아이의 변화

한글 교육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시험 점수가 오르는 것 같은 큰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한글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작은 순간들이었습니다.

한글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에게 한글이 조금씩 익숙한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 읽었던 책과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언어가 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한글 실력이 하루아침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잘 따라오다가도 어떤 날은 한글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급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영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짧은 시간에 끝나는 공부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늘 몇 글자를 배웠는가’보다 ‘아이가 한글을 계속 가까이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알게 된 것

제가 두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속도로 아이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한글 교육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영어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는 아이와 똑같은 속도로 한글을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는 짧더라도 한글을 꾸준히 접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한 페이지를 함께 읽을 수도 있고,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는 단어 하나를 발견하는 것도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한글에 대한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글 책을 고를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라고 해서 꼭 공부용 교재만 고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아이가 동물을 좋아한다면 동물 이야기,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자동차가 나오는 책처럼 아이의 관심사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영어로 알고 있는 이야기의 한글판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글을 모두 읽지 못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책의 난이도보다 아이가 그 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어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글을 가르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한글을 잘 읽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이 한글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한글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한글을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글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술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이야기하고, 한국의 책과 문화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뿌리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글 교육의 목표가 반드시 완벽한 읽기와 쓰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언어로 느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부모님께

저도 아직 두 아들과 함께 한글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부모가 너무 빨리 결과를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음 하나를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익숙한 단어 하나를 읽을 수 있고, 언젠가는 짧은 문장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한글 책을 함께 읽는 것이 그 과정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저 역시 한글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했던 한글이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고 나니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도 두 아들이 한글을 얼마나 잘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글을 보았을 때 낯선 글자가 아니라 ‘내가 아는 언어’, 그리고 우리 가족과 연결된 언어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과 한글 책을 한 장씩 함께 읽어가려고 합니다.

가르치며 느낀 보람과 어려움

가장 어려웠던 건 동기부여였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교 공부만으로도 벅찬데, 굳이 또 다른 언어를, 그것도 주변 친구들은 쓰지 않는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못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억지로 문제집을 풀리기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자막을 같이 읽거나, 할머니께 짧은 한글 편지를 쓰게 하는 식으로 접근을 바꿨습니다. 한글이 “숙제”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는 도구”라는 걸 느끼게 해주니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보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첫째가 어느 날 스스로 낯선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내는 걸 봤을 때, 그리고 둘째가 할머니께 서툴지만 직접 쓴 한글 카드를 건넸을 때, 그동안의 저녁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 가르치는 아빠 입장에서 다시 보다

언어학자가 아니어도, 매일 아이 옆에서 한글을 가르치다 보면 이 문자가 왜 특별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한글은 만든 사람과 만든 시기, 만든 목적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문자입니다.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하고 1446년 훈민정음으로 반포했다는 사실이 문헌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문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 발생적으로 변형되어 온 반면, 한글은 특정 원리에 따라 설계된 문자입니다.

그 설계 원리가 바로 배우기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음은 발음기관을 본뜨고, 모음은 천지인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형태와 소리 사이에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이 덕분에 유네스코는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주는 상의 이름을 “세종대왕 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라고 지었습니다. 문자 자체가 문해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쓰인다는 것 자체가 그 우수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음절 단위로 모아쓰는 구조 덕분에, 소리 나는 대로 거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디지털 시대에도 강점으로 이어집니다. 자음과 모음 스물네 개만으로 수만 개의 음절을 조합해낼 수 있기 때문에, 키보드나 휴대폰 자판에서도 효율적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한글을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아이에게 언어 하나를 더 얹어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였고, 아이들에게는 뿌리와 연결되는 작은 다리를 놓아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녁마다 씨름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숙제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한글의 원리를 발견해가는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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