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포켓몬 카드를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건 트와일라잇 마스커레이드(Twilight Masquerade) 세트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그냥 아이들과 재밌게 즐기는 취미였는데, 이후 나오는 세트마다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수집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메가 에볼루션 피치·블랙(Mega Evolution Peach & Black) 세트는 오픈런까지 해서 구입했다. 이쯤 되니 “이게 왜 이렇게까지 됐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클로드에게 배경을 물어봤다. 정리해보니 취미 하나가 이렇게까지 판이 커진 데는 몇 가지 겹친 이유가 있었다.
1. 포켓몬 30주년, 다시 불붙은 열풍
2026년이 포켓몬 30주년이라는 게 첫 번째 계기였다. 각종 매체에서 포켓몬 카드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원래 있던 브랜드 파워에 화제성까지 더해졌다고 한다. 나 어릴 때도 포켓몬이 유행했었는데, 그 세대가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지갑을 여는 상황과도 맞물린 셈이다.
2. 품귀 현상과 공급 부족
2026년 5월부터는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까지 겹쳤다고 한다. 사고 싶어도 매대에 물건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자연히 웃돈이 붙는다. 마트에서 카드 코너가 휑하니 비어 있는 걸 몇 번 본 게 우연이 아니었다.
3. 원자재·물류비 상승
여기에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26년 6월부터 확장팩 가격이 기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1박스(30팩) 기준 30,000원에서 45,000원으로 오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팩 자체의 정가가 오르니, 그 위에 붙는 프리미엄도 같이 올라가는 구조다.
4. 수집품이 아니라 투자 자산이 됐다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은 이거였다. 트레이딩 카드가 예전에는 순수한 놀이 문화였는데, 지금은 희소성과 보존 상태, 수집 가치에 따라 가격이 갈리는 대체 자산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벤트에서 배포된 한정판 카드 하나가 1년 새 2,532% 오른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있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카드 한 장이 투자 상품 취급을 받는 셈이다.
5. 상위 5%와 나머지의 온도차
해외 자료를 보다 보니 흥미로운 시각도 있었다. 2026년 포켓몬 카드 시장은 양극화되어 있어서, 그레이딩 받은 빈티지 카드나 희귀 일러스트 레어처럼 상위 5%는 계속 값이 오르는 반면, 최근에 많이 찍힌 중간급 카드 60%는 오히려 가격이 조정되는 중이라고 한다. 즉 “포켓몬 카드는 다 비싸다”가 아니라, 일부 희귀 카드가 시장 전체 인상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어릴 때 향수를 가진 3040 세대의 구매력이 더해지면서 특정 카드에 수요가 몰리는 것도 한몫한다고 한다.
트와일라잇 마스커레이드부터 메가 에볼루션 오픈런까지
이 배경을 알고 나니, 우리가 겪은 흐름이 그대로 설명이 됐다. 트와일라잇 마스커레이드 때는 매장에서 그냥 집어 오면 됐는데, 세트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손에 넣기가 어려워지고 가격도 따라 올랐다. 그래서 특정 세트에 집착하지 않고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도 메가 에볼루션 피치·블랙은 오픈런을 했다. 30주년 화제성에 품귀 현상까지 겹친 시기에 나온 신제품이었으니,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이번 오픈런을 계기로, 앞으로는 어떤 세트를 오픈런까지 해서 잡을지, 어떤 세트는 여유 있게 기다릴지 우리 나름의 기준을 좀 더 분명히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2026년 상반기 기준 보도 자료와 시장 동향을 참고해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카드 시세는 변동성이 크므로 실제 거래 전에는 최신 시세를 다시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