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단자 아빠가 아이들을 주짓수로 옮긴 이유

저는 태권도 검은띠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 동네 태권도 도장에 보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배운 운동이었고, 예절 교육도 되고, 몸도 튼튼해질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을 보내면서 두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30분이 주는 애매함

다니던 도장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30분짜리 클래스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운동량으로도 습관으로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분 중에 앞뒤로 준비운동, 정렬, 인사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로 몸을 쓰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라는 빈도도 뭔가를 몸에 익히기엔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실력이 느는 속도도, 운동 자체에서 얻는 체력적인 효과도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뎠습니다.

다툴 때 주먹질, 발길질이 나오는 게 싫었습니다

더 크게 마음에 걸렸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두 아들이 형제끼리 다툴 때, 태권도를 배운 티가 이상한 방식으로 나왔습니다. 화가 나면 손이 먼저 나가고, 발로 차는 시늉을 했습니다. 도장에서는 예절과 절제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결국 아이들 머릿속에 남는 건 “싸움 = 주먹과 발”이라는 동작 자체였습니다. 형제끼리 장난이 다툼으로 번질 때마다 킥, 펀치가 나오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몸싸움을 아예 안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몸싸움이 나더라도 서로 다치지 않는 방식으로 부딪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주짓수로 옮기고 나서 달라진 것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아이들을 주짓수 도장에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훨씬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형제끼리 몸싸움이 나도 이제는 주먹이나 발이 아니라 레슬링처럼 붙잡고 넘어뜨리거나, 배운 주짓수 기술로 컨트롤하려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봐도 다치기 쉬운 킥, 펀치보다는 훨씬 안전합니다. 그래플링은 상대를 때리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혀도 다치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싸움 자체는 오히려 더 자주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수업 구조도 더 마음에 듭니다. 클래스 시간도 더 길고, 실제로 매트 위에서 구르고 롤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운동량 자체가 확실히 다릅니다. 30분짜리 클래스에서 형식적인 동작을 반복하던 것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태권도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건, 제가 태권도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역시 태권도로 예절과 절제, 집중력을 배웠고 지금도 그 시절에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다녔던 도장의 커리큘럼과 형제간 다툼이라는 저희 집 특유의 상황을 겹쳐 봤을 때, 지금 아이들에게는 주짓수 쪽이 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태권도 검은띠 부모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저처럼 도장 선택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댓글 남기기